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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법

작가와 작품과 솔직함에 대하여 - 노희경

by moviefinder 2023. 6. 14.

출처 : 방송작가협회

강사 : 노희경(드라마작가)

주제 : 작가와 작품과 솔직함에 대하여

 

많은 사람 앞에 서보지를 않아서 정신이 없습니다.

강의를 맡겠다고 하고나서 고민을 했는데 고민이 안됐습니다. 계속 소리만 질렀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도 소리 몇 번 질렀어요. ‘못하겠다.’고...(웃음)

몇 가지 준비한 것은 이미 김수현선생님께서 너무나 말씀을 잘 하셔서...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웃음, 박수)

작가의 덕목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솔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하다는 것은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글을 쓰면서 내가 정말 이 말을 알고 하는 건지, 모르고 하는 건지, 아는 척을 하면서 하는 건지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합니다. 대부분의 답은 ‘모른다’입니다. 모르고 하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다가 택한 방법이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모르면 끊임없이 물어보아야 합니다. 반론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아! 그렇구나’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물어보아야 합니다. 내가 말하기 보다는 남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합니다. 남의 말을 들으면 채워집니다. 드라마를 쓸 때도 말을 하고 들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대사를 써놓고 나 자신에게 자문을 했을 때 이것이 아는 척이고,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는 것이라 생각되면 아깝더라도 대사를 지웁니다. 갈수록 제 작품의 대사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셨던 ‘아는 척하지 마라’ ‘대사는 필요없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저는 다른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대사가 많은 작가입니다.

학생들에게 ‘잘못했지?’ 지적하면 ‘네’라는 대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실은 그런데 제가...’ 이렇게 또 자기가 ‘알고 있다’는 것을 변명합니다. 알고 있는 것은 알고 있는 거고, 이제는 모르는 부분에 대한 인정이 필요한 겁니다.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느낀 순간 변명하지 말고, 인정하고 고치면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변명하다 세월을 보냅니다.

요즘 드라마에는 말이 없습니다. 주인공들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말을 안합니다. 말 못하는 병에 걸린 건지, 정말 착한 건지도 구분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뒤에서 아무리 얘기해봤자 아무도 듣지 않습니다. 앞에서 얘기 하십시오. 모르고 했던 실수가 있다면 앞에서 솔직히 얘기하고, 앞에서 인정하십시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한편을 내보내고 나면 제가 했던 실수들을 알게 되고, 그 다음 드라마에서 고칩니다. 아는 것이 없는 게 창피한 일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이 창피한 일입니다. 듣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참 안 듣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작품이 발전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인과응보를 믿습니다. 날로 먹으려고 하지 말라!

작가의식을 강조하다보면, 사람들이 반발심으로 이렇게 물어옵니다. ‘너는 돈 필요 없냐?’...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밥을 먹으려고 드라마를 씁니다. 저는 밥이 참 신성합니다. 나에게 밥을 먹여주는 이 일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신성한 일에 잘난 척이나 자만은 해가 된다는 것을 이즈음에 알아갑니다.

많은 분들이 데뷔를 한 후 명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을, 헝그리정신이 없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벌어서 먹지 못하고 남의 돈으로 먹는 것을 창피하지 않게 여기는 생각들이 글을 상당히 방해한다고 봅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배가 고팠지만,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까 배고픔이 저에게는 별로 서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철이 없을 때라 그랬는지 갖가지 시련조차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됐습니다. 사람들은 허황되다고들 했습니다. 계속 읽고, 보고, 쓰고, 헝그리 정신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처음으로 멈춰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은 말만 하는 인간이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회사를 그만둔 후 1년 안에 데뷔를 못하면 그만두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게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습니다. 요즘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두렵습니다. 또다시 누군가의 죽음을 담보로 해야지만 정신을 차릴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처럼 우매하게 깨닫지 마십시오. 저는 너무 큰 대가를 치렀습니다.

글을 쓰고 나서부터 긍정적인 면이 많이 생겼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저에게 참 많은 것들을 가르쳐줬습니다. 데뷔 9년차밖에 안되지만 그 동안에 글은 참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밥도, 꿈도, 아버지와의 화해도... 드라마속 모든 나쁜 인물이 아버지였는데, 그 인물들을 이해하려 하다 보니 이제는 아버지도 밉지 않습니다. 글이 가져다 준 결과입니다. ‘작가’라는 모델 하나가 내 인생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교육원 시절에 참으로 막막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 때 돈이 있었다면 아마도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요즘 교육생들은 돈이 많아 보입니다. 그게 안타깝습니다. 사람은 배가 부르면 딴 생각을 하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생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방구석에 처박혀야 하는 일인데, 나가서 놀고 싶으면 안됩니다.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싶어 합니다. 돈을 벌면서 이 일이 힘들다고들 합니다. 저는 그런 얘기가 싫습니다. 친구들과 수다 떠드는 시간에 누군가는 쓰고 있습니다. 내가 푸념하는 시간에 누군가는 배우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떠들고도 싶고, 어디 가서 자랑도 하고 싶고, 글도 잘 쓰고 싶고... 사람들은 욕심이 참 많습니다.

배운 것을 적용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보면 뭐하고 들으면 뭐합니까, 적용을 안 하는데... 남 신경 쓰지 말고 자기에게 적용하십시오. 배운 것을 자랑하려 하지 말고, 사용하십시오. 배운 것은 사용하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나이 3,40대가 되면 알고 있는 지식이 평준화가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아는 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검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제 드라마는 ‘틀’에 맞지 않는 드라마 같습니다. 개중에는 저를 일컬어 인터넷(매니아)이 만든 작가라고 얘기합니다. 인정합니다. 또한 그것이 저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괜찮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에게 관대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에게 관대한 사람은 남에게도 관대합니다. 변명은 관대하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서 자신을 욕하고 자멸하지 마십시오. 글 쓰는 것은 참선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참선처럼 그냥 앉아서 글 쓰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주변에서 ‘너 아직도 그 짓 하고 있냐’는 욕 듣기도 힘든데, 스스로한테까지 욕하지 마십시오. 나쁜 버릇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멈추고 안하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쓰지 않으셨다면 지금부터 쓰시면 됩니다.

여기까지입니다. 긴장을 해서 배가 다 아픕니다.(웃음, 박수)

<질의응답>

작품을 끝내고 다음 작품을 시작할 때, 영감이나 모티브는 어떻게 얻습니까.

영감이나 모티브라는 말이 참 애매해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게 많은데 말예요. 대부분 전작에서 잘못했던 것들을 수정하는 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아요. 반성하고 극복하려고 합니다.

모든 나쁜 인물들이 아버지로 묘사되기도 했다는데, 아버지가 눈치를 채셨는지.

거기서 또 다른 진리를 배운 게, 정말 자기 자신은 모른다는 거였습니다. 실례로 아버지의 행동을 드라마에 똑같이 썼는데 아버지가 ‘저런 나쁜 놈이 어디 있냐’고 하셨습니다.(웃음)

기존 작품들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꽃보다 아름다워’를 예로 얘기하신다면.

남의 평가보다는 나 자신이 깨닫는 것 같습니다. 그 작품을 쓰면서 잘난 척을 좀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면 그냥 봐도 되는데 자꾸만 말을 하고, 가르치려고 나레이션을 씁니다. 꼭 이후에 안다는 것이 병인데, 고쳐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바보 같은 사랑’은 선생님께서 공장에서 잠시 일할 때가 배경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체험이 많이 반영되는지.

직접체험도 있고 간접체험도 있지만, 솔직히 저는 작가들이 쓰는 전부는 작가가 직접 체험했다고 봅니다. 그 사람 수준이 그 작품의 수준인 것처럼. 현상을 똑같이 경험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느낌만은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시청률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작가라고 알려져 있는데.

잘못 알려진 것 같습니다. 저도 시청률에 신경 씁니다. 시청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작가로서 무책임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없지 않을까요. 시청률에도 자유롭고 돈까지 버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 같아요.

명대사가 많은 편인데, 중요한 장면 대사를 몇 번이나 고치는지

너무 많이 고쳐 처음에 뭘 썼는지 모를 때도 있습니다. 저는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얘기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묻고,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드라마 소재나 아이디어는 어디서 구하시는지?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기도 하고, 지나가다 본 사람의 배경을 혼자 생각해보기도 하고... 대중없습니다.

드라마작가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이것만은 꼭 해라’하는 게 있다면.

이해심이 있어야 합니다. 용서는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선의, 동정입니다. 이해심은 상대가 나와 똑같은 입장에서 나오죠.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이해심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리고 김수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책은 반드시 읽으십시오.

드라마작가로서 갖춰야 할 ‘기본’이 있다면?

인간에 대한 관심이 기본이 아닐까요. 다른 작가가 아니라 드라마작가라면 ‘냉소주의’는 배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세상이 냉소주의로 가고 있으니 역으로 따뜻해지십시오. 자기의 시니컬한 삶을 작품에 녹여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작가가 되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 힘들었던 점.

더 이상 욕 안 먹는 것이 좋고, 집안의 자랑이 되었으니 좋습니다.

늘 신인처럼 있어야 하는데... 어느 날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버릴 수 있다는 중압감, ‘너도 별 거 아니었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중압감이 힘들어서 남들보다 더 쓰고, 미리 쓰려고 노력합니다.

작가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주로 어떤 것들을 통해 경험을 쌓고 얻으시는지.

책을 읽고 나면 반드시 독후감을 씁니다.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습관입니다. ‘느낌’이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자기 느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버릇은 좋은 것 같습니다.

대화도 중요합니다. 상대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이해할 때까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얘기가 전달될 때까지 대화해야 합니다. 저는 누군가와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는 내가 아는 걸 얘기하지 않습니다. 모르니까 얘기하는 거거든요. 내가 알고 있는 걸 얘기하는 거라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마음으로 들으면 다 새롭습니다.

슬럼프라고 느낀 적이 있으신지,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저는 슬럼프에 정말 많이 빠집니다.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울어요. 참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많이 울고 나면 개운해지고 명료해지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자기가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내 뜻’대로 안돼서 슬럼프에 빠지는 거니까.

작품을 쓸 때 무엇을 가장 염두에 두시는지.

잘난 척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가장 큽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보여줍니다.

자기 자신만이 압니다. 그것이 잘난 척인지 아닌지. 자기 자신에 대해 예민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식과 상식에 빠지지 말고, 느낌을 표현해야 합니다.

캐릭터는 어떻게 만드십니까?

자기를 관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안에서 다 나옵니다. 저를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저는 다중인격 같아요. 남을 봤을 때도 남이 가진 것에 대해 가만히 생각하면 다 나에게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일단은 나를 봅니다.

습작기 때 어떤 식으로 공부했는지.

교육원에서는 연수반까지 다녔습니다. 기초반에서도 떨어졌었습니다. 지금 신상일선생님께서 저 앞에 계시는데 저분이 절 떨어뜨렸어요.(웃음) 연수반도 떨어졌었습니다.

무조건 썼어요. 처음엔 말도 안되게 썼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밥먹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강가에 나가 있고 그랬으니까요.(웃음) 쓰면서 알아갔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옆에서 하는 얘기를 통해 알아갔어요. 저는 수정을 잘 하는 작가예요. 제가 허술하고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정 얘기가 들어와서 가만히 상대방의 얘기를 듣다보면 그 사람들이 맞을 때가 많아요. 단, 나와 상의된 부분만 수정을 하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존심도 상합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지켜야 될 자존심은 ‘방송된 완결본’이기 때문에 얘기하다보면 설득당할 때가 있고, 내가 상대를 설득할 때도 있어요.

스터디할 때 친구들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옆에 있는 친구들의 이해를 못 얻으면 천만 시청자를 어떻게 이해시키겠어요? 내부의 적들을 잠재워야 합니다. 스터디할 때의 충돌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싸우다보면 한가지씩 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교육원 시절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보내셨는지.

돈이 없었어요. 당시에 일주일 용돈은 만원정도로 책은 헌책방에서 사고, 비디오 하나 사고, 차비 쓰고, 커피 한잔 정도 했습니다. 감히 친구들과 모여 술을 먹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건 데뷔 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데뷔했다고 일을 주는 건 아니잖아요. 제 작품은 당선을 시켜놓고도 방송도 안 나갔습니다. 그런 것들이 생활에 인이 배겼어요.

가난이 주는 재미도 있어요. 돈을 벌어보니까 가난이 주는 숭고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가난을 즐기는 것도 좋잖아요? 그냥 길거리에서 얘기하고... 저는 제가 살아온 대로 쓴다고 어느 날 감독이 그랬어요. ‘한겨울인데 왜 자꾸 바깥으로 도냐? 카페 좀 가자.’그러길래 ‘나는 카페를 잘 안가는데.’ 그랬어요.(웃음) 내 드라마에는 카페신이 거의 없어요. 거의 길거리에서 만나요. 그리고 회사 계단 같은데.(웃음)

한 선배가 ‘니 드라마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 하더라구요. ‘거짓말’이란 작품에서 주인공의 생활수준은 중류 이상인데 그들이 먹는 것은 떡볶이, 라면 그런 것들이라구요.

요즘엔 자꾸 다녀보려하는데 잘 안 맞아요. 좋은 것을 먹으면 설사하는 스타일이예요, 저는.(웃음)

결혼을 안 하신 걸로 아는데.

결혼은 돈이 많아서 안합니다. 재산분할이 걱정돼서. 가족들도 제가 작가 데뷔한 후 결혼하라는 말을 안합니다. 농담이기도 사실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을 선택해서 글과 삽니다.

혹시 영화제의를 받은 적은 없는지, 드라마가 가진 매력은 뭐라 생각하는지.

기성 드라마작가들은 거의 모두 영화제의를 받을 겁니다. 저는 안합니다. 저는 드라마가 좋아요. 문학을 전공하면서 사실 드라마를 업수이 여겼습니다. 그러나 작업을 하면서 느꼈습니다. 정말 대단한 작업이라는 걸. 겸손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설가들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같이 만나면 굉장히 잘난 척 합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남 무시하는 게 작가냐?’ 그렇게 생각합니다.(웃음, 박수)

제작비의 60% 이상이 배우에게 돌아가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톱스타를 데려올 능력이 없습니다. 신인과 어른들과 같이 작업하는 편입니다. 톱스타를 쓰는 사람들을 욕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들이 나와서 그만큼 장사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여러분은 배우보다 많은 개런티를 받는 작가가 되시길 바랍니다.

‘고독’ 모티브는 어디서 얻었고, 끝난 후의 느낌은?

고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망한 작품입니다. 고독을 쓰고 정말 많이 힘들었고, 내가 정말 잘난 척을 많이 했구나 싶어서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따위로 쓰면 망한다는 것을 철저히 가르쳐 준 작품입니다. 잘 나가면 잘 나가는 만큼 자만에 빠지고, 못 나가면 못나가는 만큼 반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타고난다?

타고나는 분이 개중에 있고, 대부분은 노력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노력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력은 하루, 이틀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합니다. 타고났다고 생각했던 김수현선생님도 오늘 뵈니 노력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못했습니다만 선생님께서는 강의내용을 수첩에 빽빽이 적어오셨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고, 그렇게 노력하면 작가가 안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를 라이벌로 생각하십니까(가르치시면서 저희에게서 가능성이 보입니까).

당연히 라이벌이고 동료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선배들이 ‘좋은 작가가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절복(折伏)해요. 정말 진심이시구나...

강의하면서 알았어요. 우리 반에서 한 작가가 나왔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청출어람이 기분 좋은 일이구나...

좋은 라이벌은 정말 필요합니다.

여러분과 작품으로 한번 피터지게 붙고 싶습니다.